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이율배반(二律背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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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이율배반(二律背反)
  • 신봉철 기자
  • 승인 2022.12.01 2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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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사업은 ‘천덕꾸러기’취급 … 우주사업 ‘돈줄’ 역할만 할 듯

한화의 방산수출 기세가 무섭다. 한화는 지난 2014년 삼성과의 ‘방산 빅딜’을 통해 K9자주포를 개발·생산하는 삼성테크윈과 레이더와 군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삼성탈레스를 끌어안으며 국내 방산 시장에서의 덩치를 키웠고, 이후 군용 장갑차를 생산하는 두산DST까지 인수하며 국내 최대 방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는 빅딜 이후 K9 자주포를 앞세워 해외 방산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키워 나갔다. 한화그룹지상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는 전 세계 8개 국가에 K9 수출을 성사시키며, 전 세계 자주포 수출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폴란드와 대규모 방산계약을 체결하는 ‘잭팟’까지 터뜨렸다. 지난 7월, 폴란드에 K9 672문을 납품하는 기본계약(Framework Contract)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 10월엔 폴란드에 천무 다련장로켓체계(MRLS) 288대와 탄약을 공급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계약 규모만 수십 조 원에 이른다. 한화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같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는 김동관 부회장(사진:청와대)
레드백 장갑차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는 김동관 부회장(사진:대통령실)

‘김동관號’거대 방산기업 탄생 … 실제로 방산은 ‘천덕꾸러기’? 

한화의 방산사업 총 사령관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큰 아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11월 1일부로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사업부문은 손재일 전 한화디펜스 대표이사가 이끌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그룹 후계장인 김 부회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이제 막 첫 발을 뗀‘김동관號’ 한화 통합 방산회사의 행보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장 사명(社名)부터 이상하다. 항공·우주 사업을 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자주포·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합치면서 ‘디펜스’라는 단어는 쏙 뺐다. 방산업체 이미지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한화디펜스의 지분 100%를 보유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를 흡수합병한 것이기 때문에 종속회사의 사명이 사라지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을 등에 업고 글로벌 방산기업을 만들겠다는 방산 계열사 통합 취지와는 사뭇 대치된다. 

한 국방안보 전문가는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수출과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호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이미 톱클래스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했다”면서 “그와 같은 방산회사의 이름을 소리소문 없이 없앤 게 의아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흡수합병 이후 지난 11월 4일 폴란드에 천무를 수출하는 실행계약을 체결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화디펜스 이름으로 홍보되던 천무 다련장로켓이 갑자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방산 업체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해 사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꾼다는 언론 배포자료나 설명을 한 바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는 김동관 부회장(사진:청와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는 김동관 부회장(사진:대통령실)

김 부회장, 우주·태양광 사업 중점 추진 … 방산은 ‘돈줄’? 

이 같은 이율배반적인 행보는 김동관 부회장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사업 프로젝트인 ‘스페이스 허브’를 이끌며 ‘우주 사령관’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또한 김 부회장은 지난 2010년 한화에 입사한 이후 줄곧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즉, 우주·태양광 사업에 애착이 큰 김 부회장에게 방산 사업은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의 흡수합병 이슈가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폴란드 등 유럽 국가의 무기 수출이 확대되면서 뭉칫돈이 굴러들어오기 시작하자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방산 계열사를 재빠르게 흡수해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 우주사업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맡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방산 사업을 키우거나 내세울 생각은 없으면서 우크라이나전 특수로 벌어들이는 돈에만 관심을 둔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KDI 230mm 유도탄(사진:KDI)
230mm 유도탄(사진:KDI)

한화, ‘비인도적 살상무기’ 분산탄 사업 중단 … 집속탄 발사체계 ‘천무’는 수출에는 열성?   

김 부회장이 방산 사업과 그간‘거리두기’를 한 것은 태양광 사업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한화솔루션대표인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그룹 내 탄약을 생산하는 ㈜한화/방산의 전략부문 대표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분산탄 사업 처분에 나섰다. 분산탄 사업이 태양광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분산탄은 탄두 하나에 수백 개의 자탄이 실려 있는 재래식 폭탄으로 항공기나 미사일, 포탄 등에 탑재돼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살상무기이다. 분산탄은 살상력 뿐 아니라 불발률이 커 전쟁 및 내전 지역 등에서 민간인의 인명 피해를 야기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사회는 분산탄을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하고 분산탄 금지 협약까지 만들어 사용 금지를 독려하고 있다.

한화는 국제사회에서 바로 이 비인도적인 무기를 만드는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분산탄 금지 NGO 활동이 활발한 유럽 시장에서 특히 태양광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 실제로 네덜란드 소재 NGO 팍스(PAX)는 한화를 포함한 분산탄과 관련 부품공급을 하는 글로벌 방산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하는 유럽 내 금융기관들의 리스트를 공개하며 해당 기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김동관 부회장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분산탄 사업을 ‘눈엣가시’로 여겼을 게 뻔하며, 지난2020년 말 분산탄 사업을 결국 떼어낸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130mm 포드화탄(사진:KDI)
130mm 포드화탄(사진:KDI)

그런데 이 또한 이율배반적이다. 비윤리적인 무기인 분산탄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면서 분산탄을 대량 발사하는 데 특화된 천무 다련장체계 수출에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무 다련장체계는 300여 개의 자탄이 탑재된 분산탄을 발사할 수 있어 축구장 3개 크기의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가공할 살상력으로 유명하다. 하늘을 뒤덮는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천무는 ‘강철비’라는 별칭으로도 자주 불린다. 그만큼 엄청난 화력을 바탕으로 유사시 대량살상용으로 사용되는 무기체계이다.  

한화는 얼마 전 천무 212대와 탄약 등을 폴란드에 패키지로 수출하는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이 외에도 몇몇 국가에 이미 천무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은 분산탄 생산은 중단됐고, 천무는 문제가 되는 탄약이 아니니 수출하는 게 문제없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일 법하다. 실제로 유럽의 NGO 단체들은 분산탄과 관련 부품만을 문제 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비윤리적인 무기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과감히 생산을 중단하고 사업부를 매각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비윤리적인 무기를 발사하는 체계를 파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의아할 뿐이다. 천무를 도입한 폴란드 등 구매국들은 자국에서 생산하든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든 분산탄을 천무에 넣어 대량으로 살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만 된다면 비윤리적인 무기의 발사체계는 팔아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글로벌 선두 방산기업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방산 사업은 우주사령관과 태양광 리더가 되기 위한 희생양으로만 삼겠다는 것인가? 국내 재계 7위 한화그룹의 후계자 김동관 부회장의 앞뒤가 다른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디펜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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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rla 2022-12-02 16:29:57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회사 이름에 디펜스가 없어진 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 스스로도 억지를 부린다는 게 찔렸는지, 자회사를 흡수하는 거니 이상한 건 또 아니라네? 분산탄도 내용을 보니 사업 확장에 방해가 돼 포기한다는 건데, 분산탄 포기할 거면 천무도 같이 포기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천무를 그렇게 열심히 수출할 거면 분산탄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건가? 기사에 보면 천무도 비윤리적인 무기인 것 같이 써 놓았던데, 그러면 천무도 팔지 말란 건가?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이유로 비판 기사를 써 댄 거 보니, 김동관에 대해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게 분명하군. 음 신봉철~ 당신 기사는 믿고 거르면 될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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