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다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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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다리 (2)
  • 이치헌 기자
  • 승인 2020.01.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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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너먼 다리의 실제 작전인 마켓가든 작전

마켓 가든 작전의 개시와 독일군의 완강한 저항

1944년 9월 17일, 이른 아침을 기해 영국 공군기 331대( 대부분이 미국제 C-47 "다코다" 수송기 )에 의해 견인된 319대의 글라이더( 영국제 호사 포함 )와 미 공군기 1,150대에 의해 견인되는 106대의 글라이더가 3개 공수사단 20,000명에 달하는 공수부대원들을 태우고 이륙함으로써 마켓 가든 작전이 개시된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13시에는 빌헬미나 여왕의 이름을 딴 빌헬미나 운하의 손 교 부근에 미 101 공수사단 예하 506 공수연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E중대가 포함된 그 연대 )가, 자이드 위렘즈 운하의 베헬교에는 제101 공수사단 "스크리밍 이글스" 본대가, 봐알 강의 그라베 교와 마스 강의 나이메헨 교에는 미 제82 공수사단 "올 아메리칸"이, 그리고 최북단에 위치하며 이 작전의 중요한 요지인 아른헴 대교에는 영국 제1 공수사단 "붉은 악마"가 강하했다.

연합군 측의 강하상황만 봐도 마켓 가든은 너무 속보이는 작전이었는데 그 이유는 가장 중요한 목표물은 영국군이 다 점령하고, 미군은 주변의 진격로만 확보하되 그 확보된 진격로로 진격하는 주 전력이 영국군이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공을 영국이 독차지하겠다는 몽고메리의 의도가 너무나도 잘 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제3군 사령관 조지 패튼 중장( 당시 독일 본토로 진격 중이었으니 딱히 신경을 쓰기가 애매했지만 )이나 제12 집단군 사령관 오마 브래들리가 그 특유의 인내심으로 아주 잘 참아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독일군의 신속한 대응

그런데 여기까지는 딱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리멸렬했다고 고려하고 있던 독일군의 대응이 너무나도 조직적이며 신속하게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제101 공수사단이 목표로 잡았던 손 교가 독일 공군 소속 헤르만 괴링 강하기갑사단 훈련/보충연대에 의해 폭파됨으로써 제101 공수사단의 작전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연합군 공수부대가 교량이 위치한 주요 지점마다 강하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발터 모델 원수는 즉시 아른헴 서쪽에 위치한 하르텐슈타인 호텔의 B집단군 사령부를 제2 SS 기갑군단 사령부로 이동시키는 한편 마켓 가든 작전 개시 3시간 만에 네덜란드 각지에 산개한 부대들에 방어선 구축을 지시했다.

(사진: 디펜스 투데이)
(사진: 독일 연방정부)

13시 30분, 아른헴 동쪽 15km 지점의 도틴헴의 군단 사령부에서 공군 통신망으로부터 연합군 공수부대가 아른헴과 나이메헨으로 강하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비트리히 SS 중장은 즉각 아른헴 북방 15km 지점에 위치한 베그베르헨의 제9 SS 기갑사단 사령부로 전화를 걸어 발터 하르쩌 SS 중령에게 사단 전력을 동원해 강하 중인 공수사단을 제압할 것을 지시했다( 이 명령으로 인해 제1 공수사단의 작전은 시작부터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

(사진: 디펜스 투데이)
(사진: 독일 연방정부)

또한 제10 SS 기갑사단장 하인츠 하르멜 SS 소장에게도 미 82 공수사단이 강하 중인 나이메헨으로 출동하도록 지시했는데 연합군의 목표가 바로 교량들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내려진 이 명령으로 인해 노르망디에서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연합군 공수부대들은 크나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당시 독일군의 전력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당시 제9 SS 기갑사단의 전력으로는 영국 제1 공수사단을 제압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 될 정도였다.

베그베르헨의 사단 사령부 병력만 해도 사단 호위중대 120명, 제9 SS 야전헌병중대의 1개 소대 60명과 간신히 보충된 판터 전차 3대( 할더 SS 중위 지휘 )와 전차병들로 구성된 1개 경계중대, 사단 정비대와 보수대로 편성된 1개 경계중대, 해군 보병들로 구성된 1개 경계중대가 전부였고 사단의 2개 기갑척탄병 연대( 아른헴 북방 15km의 즈토헨에 주둔한 제19 SS, 아른헴 북방 5km의 레덴에 주둔한 제20 SS 기갑척탄병 연대 )는 sd.kfz 251 하프트랙도 보유하지 못한 2개 경계중대들로 편성되어 있었다.

그나마 사단 최정예라 할만한 파울 그레브너 SS 대위의 제9 SS 기갑정찰대대는 재편성차 독일 본토로 후송되기 위해 화차에 적재된 상태여서 긴급 하차 및 궤도 재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것이 당시 독일군의 실상이었다. 연합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연합군 공수부대를 저지해야했다. 발터 하르쩌 SS 중령은 기갑척탄병 연대를 제외한 나머지 전력을 3개 전투단으로 재편성해 즉각 아른헴 서쪽으로 진출시켰다.

◈ 슈핀들러 전투단 : 제9 SS 기갑포병연대 예하 2개 경계중대( 포병 120명, 중장비 미보유 )

◈ 묄러 전투단 : 제9 SS 기갑공병연대 예하 1개 경계중대( 공병 60명, 중장비 미보유 )

◈ 그로프 전투단 : 제9 SS 기갑대공포대대의 1개 중대( 20mm 대공 기관포 탑재 1t 하프트랙 4대, 대공포병 87명 )

한편 9월 17일에 강하한 영국 제1 공수사단 병력 6,000명( 라스베리 준장의 제1 공수여단 포함 )은 아른헴 북서부 10km 지점의 볼프헤제 근교 렌컴 황무지에서 1.6km 떨어진 지점에 주둔하고 있던 제16 SS 기갑척탄병 훈련/보충대대( 제프 크라프트 SS 소령 지휘 )가 유트레히트 ━ 아른헴 국도 사이에 구축한 방어선에 봉착해 고착당하고 만다.

(사진: 디펜스 투데이)
(사진: 독일 연방정부)

영국공수부대와 교전

17시 이후에는 제9 SS 기갑포병연대장 루트비히 슈핀들러 SS 중령이 통합 지휘한 3개 전투단이 드라이엔제벡 근교에서 아른헴 북방고지를 목표로 행군 중이던 더비 중령의 영국 제1 강하병 대대 선봉과 조우해 교전이 발생했다.

저녁 무렵에는 아른헴 북방 21km 지점의 아펠트룬의 주둔지에서 출동한 클라우스 폰 알볼텐 SS 대위가 지휘하는 제9 SS 전차엽병대대의 일부와 할더 SS 중위가 지휘하는 제9 SS 기갑연대 소속 판터 전차 3대가 3개 보병중대의 지원을 받아 전선에 합류했지만 하필 이 과정에서 영국군의 산포 포격으로 판터 전차 1대가 격파당하는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후 크라프트 SS 소령의 잔존병력 300명이 합류하고 제19, 20 SS 기갑척탄병 연대의 전병력( 4개 경계중대 )이 합류해 전투가 격렬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남은 2대의 판터 전차마저 격파당하여 제9 SS 기갑사단의 전차들이 전멸당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른헴 전투의 서막은 독일군에게 지독하게 불리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처럼 치열한 격전 결과 제1 강하병 대대의 전진은 완전히 멈췄고 그 결과 네더라인 강둑을 따라 진격하던 존 프로스트 중령의 제2 강하병 대대가 아른헴 대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투입가능한 제9 SS 기갑사단의 전력이 대부분 아른헴 시가지 외곽에 위치한 덕분에 이 지역은 사실상 무인지대 그 자체였다 )

18시 무렵에 제9 SS 기갑정찰대대의 장갑차량 30대의 하차 작업이 완료되어 전투에 투입이 가능해지자 하르쩌 중령은 이들에게 아른헴과 나이메헨의 정찰을 명했고 그레브너 SS 대위는 19시에 아른헴 대교를 건너 나이메헨으로 남하했다.

당시 나이메헨에는 제10 SS 기갑사단 뿐만 아니라 독일 공군은 물론 잡다한 부대들이 총 동원돼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제82 공수사단을 저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기에 신속한 지원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제9 SS 기갑정찰대대의 증원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 14시 35분을 기해 제30 군단 역시 300문의 야포를 동원해 공격준비 포격을 가한 뒤 도로를 따라 진격을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비좁은 도로 주변에 형성된 제15군의 격렬한 대전차포 사격으로 인해 격파된 전차와 트럭의 잔해를 치우며 전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덕분에 후방에 강하한 공수부대, 특히 영국 제1 공수사단은 문자 그대로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디펜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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