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생도가 된 10년 전 ‘천안함 46용사 추모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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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생도가 된 10년 전 ‘천안함 46용사 추모 소년’
  • 이승준 기자
  • 승인 2020.03.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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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이버 공간에서는 천안함 추모 열기가 뜨겁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연들이 올라와 46용사를 기리고 천안함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을 위로하고 있다.

그 중 가슴 뭉클한 반전 사연이 ‘해군 페이스북’에 올라와 화제다. 해당글은 천안함 챌린지를 소개하는 게시물에 댓글로 달린 내용으로 짧은 챌린지 인증글과 한 아이의 그림일기장 사진이 전부다.

해사 권현우 생도 천안함 챌린지 (사진: 해군)
해사 권현우 생도 천안함 챌린지 (사진: 해군)

글쓴이는 “10년 전 금요일 밤 속보. 안타깝고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습니다. 46명 장병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평화로운 영해를 수호하던 천안함 모든 승조원 장병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46명의 장병과 한주호 준위님 희생과 헌신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 1장을 첨부했다.

사진은 그림 일기장으로 거기에는 인양되고 있는 ‘772’라는 선체번호가 새겨진 천안함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함께 삐뚤빼뚤한 글씨로 “너무너무 슬프다. 천안함이 인양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들의 부모님들은 많이 울었다. 나도 우리나라에 큰 슬픈 소식이 있어서 슬프다”라는 일기가 적혀있다. 문법을 뛰어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가슴을 울린다.

반전은 “아래의 일기를 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들이 해군사관생도가 되었습니다.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의 숭고함을 받들고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쓴이의 글에서 드러났다.

해사 권현우 생도 초등학생때 일기장 (사진: 해군)
해사 권현우 생도 초등학생때 일기장 (사진: 해군)

그림일기를 그린 아이가 커서 해군사관생도가 된 것. 주인공은 지난 달 14일 당당하게 해사 78기로 입학한 권현우 생도다. 권 생도는 어렸을 때부터 군인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2018년도에 해군사관학교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떨어지고, 재수 끝에 지난해 다시 도전하여 꿈을 이루었다.

충남 아산에 거주 중인 권 생도의 어머니 윤은주(51) 씨는 “10년 전 천안함 소식을 접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떨었을 청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얘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학부모 모임에 갔더니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 더욱 슬퍼서 열심히 설명해줬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평소에도 아이 일기장을 넘겨보며 천안함과 46용사들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래서 이번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권현우 생도는 “부모님께서 천안함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때 큰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와 원망을 느꼈습니다. 그때의 충격을 그림일기에 옮겼던 것입니다”라며 “천안함이 제가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한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가 될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해군은 천안함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3월 12일부터 ‘사이버 추모관’을 열고 해군SNS 계정을 활짝 열어 추모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같은 날부터 시작한 천안함재단 주관 ‘천안함 챌린지’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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