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대함유도탄을 막지 못하는 해군의 기만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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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대함유도탄을 막지 못하는 해군의 기만체계
  • 신선규 기자
  • 승인 2024.08.07 23:5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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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의 대결, 차세대 대함유도탄 기만체계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러시아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R-360 넵튠 지대함 미사일에 피격됐다. 모스크바함은 1983년 취역한 1만 2,500톤급 미사일 순양함으로 명실공히 흑해함대를 이끄는 러시아 해군의 기함이었는데,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대함유도탄 단 2발에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격침되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세계 유수의 군사매체들은 그날의 사건을 가리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해군사를 통틀어 가장 큰 전투손실이었다고 기록했다.

 

해군함정에 탑재된 기만체계는 아군 함정 보호를 위해 적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된 대함유도탄을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소프트 킬(soft-kill)’ 수단으로써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통상 채프(chaff)와 플레어(flare)로 대표되는 기만방식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말하자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미세한 금속물질이나 빛과 열을 내는 섬광탄 등을 주변에 뿌리면 이것들이 자함과 유사한 RCS와 IR을 모사해 대함유도탄을 이 허상으로 유인함으로써 진짜 함정은 안전해진다는 비교적 간단한 원리다.

 

2년 전 침몰한 러시아 해군의 모스크바함에는 이러한 기만체계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다. 분명 탑재돼 있었고, 확인할 수 있는 내부정보는 제한적이지만 분명 우크라이나가 발사했던 유도탄을 어느 시점에서라도 인지했다면 기만체계도 작동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스크바함은 그날 그것을 ‘소프트 킬’하지 못했다. 왜 그런 것일까?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어 현재 운용 중이거나, 가까운 미래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 이른바 3~4세대 신형 대함유도탄들은 탐색기(Seeker)에 기존 채프 방식의 RF 기만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ECCM(Electronic Counter-Countermeasures)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ECCM 기술의 핵심은 ‘채프 인식(Chaff Discriminator)’ 기능과 ‘MMW(Millimetric Wave) 레이더 탐색’ 기능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기술적으로 부연하자면 신형 대함유도탄은 크게 다음 네 가지의 원리로써 실제 함정과 기만체(채프)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① RCS 편파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은 요동(Pitch/Roll)으로 인해 발생되는 RF 반사신호(RCS) 크기의 파동이 작은 반면, 채프는 다량의 반사입자(Aluminum Coated Glass Fiber)로 구성되어 파동이 매우 크다는 특성을 갖는다. 

② 편파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은 수평편파(H)와 수직편파(V)의 반사신호(RCS) 크기가 동일한 반면, 채프는 일정 시간 경과 후 공기저항에 의해 수평으로 낙하는 파편이 수직으로 낙하는 파편보다 훨씬 많게 되므로 수평 RF 반사 신호가 수직 RF 반사 신호보다 매우 크다는 특성을 갖는다.  

③ 프로파일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은 RF 반사신호가 큰 여러 개의 Bright Point를 가지고 있는 반면, 채프는 RF 반사입자들이 형성한 채프운(Cloud)으로 인해 Bright Point를 모사할 수 없다는 제한사항이 상존한다.

④ 스펙트럼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채프는 주파수가 클수록 기만체의 구별/거부 한계보다 훨씬 큰 반사 에너지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고대역 주파수로 갈수록 함정과 기만체 간 RF 반사 에너지 차이도 주파수에 비례해 커짐으로써 결국 둘 간의 구별이 쉬워진다.

 

채프 외에도 신형 대함유도탄들은 기존 IR 플레어(Flare)에 의한 기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IRCCM(IR Counter-Countermeasures) 기능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데, 신형 대함유도탄은 크게 다음 네 가지의 원리로써 실제 함정과 기만체(IR 플레어)를 구분하게 된다. 

⑤ 적외선(IR) 에너지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의 연돌과 배기가스는 주로 중적외선 대역의 적외선 신호와 에너지를, 선체는 원적외적 대역의 그것을 각기 방출하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실제 함정은 중/원적외선 대역의 복합신호(중간온도)를 생성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근적외선 대역의 신호와 에너지는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기존의 플레어 기만체는 연소온도가 매우 높아 주로 근적외선 대역 위주의 신호와 에너지를 방출하게 됨에 따라 기만에 한계가 상존한다.

⑥ 적외선 영상(IIR)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의 영상은 시간과 위치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적이고 일정하며, 관측거리와 시계(FOV; Field Of View)에 따라 이미지 크기는 변할 수 있어도 그 형상은 유지된다는 특성을 지닌다. 반면, 기존의 플레어 기만체로는 함정의 이미지를 모사할 수 없으며, 특히 적외선 복사 에너지의 파동 변화가 극심한 탓에 한 지점에 위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⑦ 정적 파동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의 적외선 신호는 시간에 따라 매우 안정적이며 방출신호의 변화(파동) 또한 매우 작은 반면, 기존 기만체(플레어)는 기만효과 제공을 위해 여러 개의 자탄을 함정으로부터 순차적으로 멀리 발사하게 되므로 적외선 복사에너지 파동이 매우 크게 발생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⑧ 동적 파동에 의한 구별방식으로 함정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적외선 복사에너지가 파동 없이 서서히 증가한다는 특성을 가진 반면, 기존 기만체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오히려 적외선 복사에너지의 파동이 커지면서 증가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원리들로 인해 차세대 대함유도탄들은 함정과 기만체 간의 독특하면서도 고유한 특성 차이를 점차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현재 대한민국 해군에서 주력으로 운용 중인 DAGAIE Mk-2, MASS, R-BOC 등의 기만체계와 그에 들어가는 기만탄만으로는 2010년 이후 북한, 중국, 러시아 등에서 개발돼 운용 중인 신형 대함유도탄들의 공격을 이론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는 비관적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함정에서 보유 중인 단계별 대응수단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비롯해 대공미사일, 함포 등 또 다른 하드 킬(Hard-kill) 수단이 전혀 부재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대한민국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대부분의 기만체계(기만탄)를 가지고서는 ECCM이나 IRCCM 기능을 보유한 신형 대함유도탄을 기만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못 뚫어낼 방패가 없는 창과 못 막아낼 창이 없다는 방패라는 문자 그대로의 ‘모순(矛盾)’처럼 새로운 창으로도 절대 뚫리지 않을,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해 나가야 할 차세대 방패(대함유도탄 기만체계)는 대체 어떤 기능과 조건을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기존 채프의 대안으로써 이미 선진국에서는 차세대 기만체계의 핵심기술로 통용되고 있는 CNR(Corner Reflector)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CNR은 알루미늄을 코팅한 유리섬유 재질의 쌍극자 형상이었던 기존 채프탄과는 달리 전도성 금속섬유 재질의 육면체형 구조체로서 레이더로부터 수신한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시 레이더 방향으로 반사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CNR 1개의 RCS가 채프 조각 수백~수천 개가 낼 수 있는 RCS보다도 더 크다는 물리적 특성을 지닌다.

또한 CNR은 함정과 유사한 파동 특성을 가지고 있어 Bright Point를 모사할 수 있는 등 앞서 지적됐던 네 가지의 모든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채프의 경우 물리적으로 채프 스크린이 전개되는 방향에 국한되어 RCS가 형성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함유도탄의 탐색기(Seeker)가 ‘Lock-on’된 이후인 근거리 기만 시 주로 사용되는 ‘유인전술(Seduction)’ 단계에서 최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유도탄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기만체를 발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기만 실패 시 자함 방어를 위한 최종 수단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사용이 이미 형성된 채프운으로 인해 간섭을 받게 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CNR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장점들 이외에도 구조체(정육면체)의 특성으로 인해 전방위에서 동일한 RCS를 형성하므로 기만체의 발사단계에서부터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사용 간 간섭현상을 염두에 두고 운용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CNR과 더불어 기존 IR 플레어의 대안으로써 역시 세계적으로 선진해군을 중심으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IR+IIR 기만방식의 도입이다.

기존 IR 단일방식을 사용했던 기만체와 달리 IR과 IIR을 혼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의 신형 기만체는 함정의 적외선 복사신호와도 일치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파장 분포까지 가지고 있어 앞서 지적된 네 가지의 한계를 대부분 극복해 낼 수 있으며, 특히 에너지와 영상을 각기 식별해내는 두 가지 종류의 유도탄(Two Color Missile) 모두에 대응이 가능하다.

한편, CNR과 다대역(IR+IIR) 플레어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기만체계로 우리 해군에는 프랑스 Lacroix Defense사의 다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통상 우리가 일컫는 기만체계는 기만체를 발사하는 발사체(Launcher)와 기만탄(decoy ammunition)이 합쳐진 개념인데, 기만체계를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 가운데 기만효과를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발사체보다는 발사체에 안에 장입되는 탄의 종류다.

대한민국 해군 역시 현재 많은 중대형 함정에서 Lacroix社의 기만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해군에서 운용 중인 기존의 기만체계로는 진화한 북한 및 제3국의 대함유도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점은 그간 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이미 2년 전 국회 국방위와 해군본부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지적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PKX-A 18척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을 포함하여 기 운용 중인 함정은 물론 향후 건조 예정 함정에 어떠한 기만체계를 탑재할 것인가는 향후 해군 함정들의 생존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 도입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실 최신 기만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글로벌 제품은 여럿이 있고, 기능과 성능 또한 저마다의 장/단점이 존재하므로 단편적인 기준 한 두가지로 서로 간의 우열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러가지 이유들을 고려했을 때 향후 대한민국 해군이 지향해야 할 차세대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는 적어도 채프 중심의 체계보다는 CNR 중심의 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점 한 가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주지의 사실이다.

성능 못지 않게 새로운 체계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로 예산과 운용 효율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이 부분에서는 3년 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됐던 2021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참여했던 한 국내 중견업체의 솔루션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법하다.

당시 ‘㈜티에스택’이란 국내 업체는 앞서 소개한 프랑스 Lacroix Defense社와 기술협력으로 자체 개발한 K-RBOC-NG 기만체계를 전시한 바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 해군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구형 R-BOC 탑재 함정에 설치 시 별도의 재설계 없이 교체 적용이 가능하며, 특히 고정식 발사대로 구동부가 없어 운용 및 유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예산절감의 이점이 존재한다.

더불어 같은 견지에서 기존에 프랑스 SAFRAN社의 Dagaie 발사대를 장착하고 있던 해군 함정들 역시 국내 업체인 ‘㈜SNT 중공업’이 기술협력을 통해 자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Dagaie NG 발사대로 일부 부분 구조변경을 할 경우 CNR(SEALEM)과 다대역 플레어(SEALIR) 기능을 보유한 프랑스 Lacroix Defense社의 최신 NG탄(국내 삼양화학과 기술협력 생산)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체계와 탄을 도입해 운용할 지는 마련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엄격히 결정되면 될 일이다. 다만 2년 전, 단 2발의 대함유도탄으로 흑해에서 속절없이 침몰한 러시아 해군의 기함, 모스코바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군에서는 해군 함정의 기만체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물론, 이미 한계점을 드러낸 구형 체계의 교체 및 보완에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디펜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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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영 2024-08-14 17:32:56
뚫는 쪽이 막는 쪽 보다 쉬운게 이바닥 진리인지라, 신형 기만체니 뭐니 보다는 하드킬 역량을 확보하는게 먼저 아닐까

너무더워ㅉ 2024-08-09 11:42:23
미사일도 못막는 무기를 알면서도 달고 있다는게 더 놀라움....저러다 또 우리 해군장병들 희생되어야 정신차리려나 ㅉㅉ 엄한데 세금 낭비말고 당장 최신으로 바꿔줘라 쫌

ㅇㅅㅎ 2024-08-09 10:25:46
이하 티에스텍 영업기자의 글이었습니다. ㅋㅋ

NKVD 2024-08-09 08:13:30
너는 기자냐! 영업사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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